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퇴행 효과

by "''"'' 2021. 9. 13.

1960년대 말,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그 지역 주민들의 농경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집단 문화를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그 결과, 현지인들이 1100년 동안 줄곧 화전을 경작하는 원시 농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활 방식과 세계관 역시 1100년 전의 상태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해가 거듭되는 동안 반복적인 상태에 머물며 진보된 순환 상태를 겪지 않은 것이었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 기어츠는 그의 관찰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였고 이러한 현상을 '퇴행' 이라고 명명했다.

 

'퇴행 효과'의 근원은 혁신 동력의 결핍이다. 자바섬의 토지는 비옥했고 농산물은 풍부했다. 비록 1100년 전의 생산 방식을 선택했더라도 그곳은 여전히 놀라웠다. 따라서 현지인들은 자신의 생활을 굳이바꾸려는 욕심이 없었다. 현대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퇴행'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2009년 6월 1일,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는 공식적으로 뉴욕 파산 법정에 파산 신청을 했다. 1908년에 설립된 자동차 제조업의 선두주자였던 이 회사는 자동차 산업 발전의 급변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고결국 외국 제조사의 공격 아래, 파산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제너럴 모터스는 1908년 마차 제조상인 윌리엄 듀런트William CrapoDurant가 설립했다. 초기의 제너럴 모터스에는 뷰익이라는 한 브랜드만 있었지만 그 후 몇 년 안에 캐딜락 등 20여 개 브랜드를 인수했고1929년에는 독일의 오펠을 인수했다. 1931년 제너럴 모터스는 이미전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 업체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 자동차 업계의 거대한 배당금과 높은 지위가 가져다준오만은 결국 제너럴 모터스의 창창한 앞길을 망쳐버렸다. 자동차 산업이 가장 발전했던 시대에, 제너럴 모터스 내부는 모두 고루한 관료의기운만 가득했고 민간 승용차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에여전히 대형차라는 전통적인 차종에 크게 의존했다. 또한 본전에 만족하고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는 소홀히 했다. 그 결과 1973년석유 위기 이후, 일본 차가 소형화와 에너지 절감을 외치며 공세를 강화하자 제너럴 모터스를 비롯한 미국의 3대 자동차 산업은 거대한 적자에 빠지고 말았다. 2008년 전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는 결국 제너럴 모터스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고 회사의 자본금은 점점 끊겨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사회와 작은 조직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는 한 사람 한 사람까지 제자리걸음인 퇴행 효과에 빠지면 수렁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올 수가 없다. 표면적으로 보면, 차바퀴는 미친 듯이 돌아가지만 실제로 보면 제자리걸음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또한 한정된 자원을 쓸데없이 낭비하고 결국 시대에 도태되는 운명을 면하기 어렵다.

 

우리 주위에도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태도로 그럭저럭 아무렇게나 일하고 자신의 잠재력에 대해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현재 상태에 만족해하며 끝까지 제자리에 있으면서 더 나아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결국 이런 상태로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이 적당히 얼버무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현대사회의 정글 속에서 그들과 자바섬의 주민들은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모두 현재의 편안한 생활에 취해 향상되려 노력하지 않고 나날이 퇴행 효과의 삶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산업 문명의 냉혹함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퇴행 효과를 피할 수 있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지 않고 스스로 달리는 것이다. 아프리카대초원에서는 매일 태양이 떠오르면 영양들이 떼를 지어 물을 찾아 완만한 언덕을 뛰기 시작한다. 그 곁에는 하이에나들 역시 달리는데, 그들이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은 바로 영양들을 잡아먹기 위해서다. 하이에나들이 달리면, 사자 역시 달리기 시작한다. 이는 하이에나가 먹이를 찾기 전에 반드시 영양을 먼저 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도 굶주리는 날이 될 테니까.

 

이는 매일매일 벌어지는 대초원의 한 장면이고 매일 상연되는 생존경쟁의 한 장면이다. 이는 어떠한 외적인 힘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이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것은 그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다. 결국 살아남든지 아니면 죽든지 둘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주'는 아프리카 대초원에 영원히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인류 사회도 마찬가지로 영원히 폐막하지 않는 경기장처럼, 매일 모두가 토너먼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스로 달려야만 생존할 있고 무자비한 탈락을 피할 있다. 또한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달려야만 좋은 생존 환경을 얻을 있다. 단지 뛰는 것뿐만 아니라 항상 최고의 사람들과 경주해야 하고 모든 사람이 함께 달리는 환경에서, 누구보다 빨리 뛰지 않으면 퇴행 효과의 함정에서 벗어날 없다. 다른 사람보다 빨라야만 다가오는 경쟁에서 승리를 차지할 있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태 효과  (0) 2021.09.20
삶아 죽은 청개구리 효과  (0) 2021.09.14
빌라흐 효과 2/2  (0) 2021.09.12
발라흐 효과1/2  (0) 2021.09.11
로크 법칙  (0) 2021.09.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