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버트럼 포러Bertram Forer 교수는 1948년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격 검사를 했다. 그는 성격 검사를 통해 개개인의 성격 특성에 대한 진단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사실 검사는 구실일 뿐 포러 교수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것은 똑같은 내용의 결과지였다.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얻고 싶어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비판적이다. 나약한 성격이 단점이지만 대부분 상황에서 해결책을 잘 찾는 편이다. 당신은 충분히 발휘될 수 있지만, 아직 발휘되지 못한 장점이 있다. 겉으로는 자신감에 차 있고 엄격한 편이지만 내면은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차 있다. 종종 당신의 행동과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당신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좋아하지만 구속과 제약을 잘 견디지 못한다.
당신은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자랑스러워하고, 근거가 충분치 않은 의견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솔직한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당신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낮가림이 없는 동시에 내향적이고 신중하며 말이 없는 편이다. 당신은 몇 가지 비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성격 검사 결과지의 내용은 별자리나 성격 관련 책에서 임의로 발췌해서 개인의 성격 특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90% 이상의 대학생들이 검사 결과가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모두 똑같은 검사 결과지를 받았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두루뭉술하고 보편적인 묘사가 자신의 성격을 잘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 뚜렷한 근거 없이 모호하여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들로 한 사람을 평가했을 때,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맞아, 이건 딱 내 얘기야.' 하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현상을 '바넘 효과Barnum Effect' 혹은 '포러 효과'라고 한다.
'바넘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별자리와 성격 테스트다.
별자리 관련 책을 보면 사수자리 성격의 특징으로 이런 것들이 있다.
'사수자리 남자는 유머가 있고 밝고 긍정적으로 인생을 즐기며 산다. 자유를 중시하여 자유가 없는 삶은 죽음과 같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는 뛰어난 천마의 형상으로 천지를 품어 우주로 향해 달리며 그 어떤 속박과 한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또한… 사수자리 남자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며 삶의 과정에서 즐거움을 최대한 누리길 원한다.'
위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다수 젊은 남자에게 모두 해당하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유를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을까? 인생을 즐기지 않으며 살고 싶은 남자가 있을까? 하지만 11월 23일부터 12월 21일 사이에 태어난 남자들 모두 위 내용이 자신의 성격과 꼭 들어맞는다고 여겼다. 모호하고 보편적인 묘사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맞지 않는 부분은 스스로 등한시해버리기 때문이다.
만약 사수자리 남자에게 다른 별자리 성격을 보여 준다면, 그것이 어느 별자리든 관계없이 최소 75% 이상이 자신의 성격과 같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바넘 효과가 가진 '주관적 검증'의 힘이다.
주관적 검증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이유는 마음속에 무언가를 믿고 기대려는 심리 때문이다. 어떤 사실을 믿기 위해서 그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여러 가지 근거를 수집한다. 전혀 상관없는 근거일지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상상에 부합하는 단 하나의 논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포러 교수 외에 또 다른 심리학자가 학생들에게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MMPI를 실시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검사를 근거로 한 정확한 평가와 애매하고 보편적인 가짜 평가, 두 가지 결과를 모두 보여 주었다. 어느 쪽이 자신의 성격을 잘 맞혔는지를 물어보자 과반수(59%)의 학생들이 가짜 평가를 선택했다.
위 결과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정확한 관점’보다 '자신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관점'을 선호한다. 대다수 사람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여기는 관점이란 어떤 것인가? 바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와는 다른,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모호한 관점이다. '바넘 효과'가 주는 교훈도 있다.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모호한 관점 앞에서 자신에 대해 좀 더 냉정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넘 효과'는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애물과 같다. 특히 별자리나 혈액형별 성격 등 허위 내용이 판을 치면서 많은 사람이 허무맹랑한 성격 풀이'를 자신의 진짜 성격으로 믿어 버린다.
바꿔 말해, 자신을 좀 더 정확히 알려면 '바넘 효과'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구석구석 들여다보아야만 두루뭉술한 평가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성격 풀이' 중에서도 어떤 것이 나이고 또 내가 아닌지, 어떤 것이 명확한 평가이고 또 모호한 평가인지에 대해 효과적으로 분석해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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